본문 바로가기

Enter/ⓔtc

불편한 드라마, 디어마이 프렌즈

 

불편한 드라마, 디어마이 프렌즈

 

 

한 드라마에 이 중 한 명만 나와도
그 무게감과 존재감이 엄청난...
대표적인 어머니/할머니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는
이 드라마가 궁금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포함해서,
tvN 드라마/예능은 이상하게 잘 안보게 된다.


아마도 Pooq 탓인 것 같다.
모든 TV 방송 프로그램을 pooq를 통해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pooq에서 서비스하는 jtbc 채널은 많이 보게 되면서
pooq에서 서비스하지않는 tvN과는 멀어진 듯 하다.

 

지지난주 종영한 욱씨남정기의 여운이 길어져,
금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에 마녀보감과 디어마이프렌즈를 훑어볼까 했다.
사극 분위기는 취향이 아니라 디어마이프렌즈 분위기를 보고자 했다.

 

정확한 내용도 역할도 줄거리도 관계도, 어떤 기획의도인지도 모른 채,

1,2회를 막 몰아보고 든 첫 느낌은...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느낌이지만...

 

불. 편. 하. 다.

그리고. 조금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고나 할까.


여러 친인척 지인 친구 관계로 얽힌 엄마 친구 이모 딸 자식들
그 대사들, 관계들.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 모든 설정이 갑갑하고 불편하다.

분명 연기의 대가들이 모인 드라마이고

너무 사실적이다보니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1. 거실 전등이 깨져 다친 김혜자가 아들 이광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하자
바빠서 못간다며 119에 전화하라고 성질내는 아들. 

그러나 마음이 쓰이고 염려되어 결국 바쁘다는 그 시간을 쪼개

엄마 김혜자에게 달려가는 아들 이광수.

 

2. 엄마 고두심의 모든 제멋대로 언행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엄마를 욕하는 이모들의 우스갯소리 막말이 길어지자 성질이 나서 돌아나와
애틋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가 자기가 없는 집에 김치를 두러 간다는 말에
애틋했던 마음은 잠시, 왜 남의 빈 집에 가냐며 성질을 버럭내고 달려가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딸 고현정.

 

아무래도 겨우 1,2회를 보고 나서
이 드라마에 한없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도 늘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애매모호한 자식이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늙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으로서

상상하기 싫은 (앞으로 변해버릴) 다양한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

불편한 마음이 커지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한가지 더 두려운(?) 것은...
지난 달 Prince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부터
요즘 옛날 팝 음악들을 하나씩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옛날 영화 속 배경음악들이 떠오르다가
몇 주 전부터 한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자꾸 불현듯 떠올랐는데,,,
하필 이 드라마에서 김혜자와 나문희가...
이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며...
죽더라도 길 위에서 죽겠다는...멘트를 한다.
그 위로 고현정의 나레이션이 뭔가 닥쳐올 사고를 암시했고,
2회 마지막에 방송된 3회 예고편에서

그러한 사고로 당황해하는 나문희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두려웠다... 델마와 루이스라니.., ?!?!

지난 몇 주간 한번씩 내 머릿 속에 하늘을 향해 내달리던 델마&루이스

바로 그 장면이 생생했는데... 갑자기 이 드라마에서 언급이 되니 뭔가 무서웠다.


물론 뜻하지않게 우연한 실수를 거듭하며 일이 커져버린
두 여자 친구의 자유로운 영혼을 그린 로드무비 형태이지만,
갈수록 어둠이 드리워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은근 애처로웠는데...

게다가 결국 낭떠러지 절벽에서 비장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안타깝고 진한 여운을 주었던 영화이기에...

"디어마이프렌즈"라는 드라마 초반부터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언급하고
실제로 유사한 사고를 암시한 것은 불편하고 두렵다.

 

이미 심하게 가는 귀를 먹은 김영옥 할머니,

과거 남편에게 배신당한 기억을 곱씹으며 한번씩 고집불통에 막말하는 고두심 어머니,
망상이건 치매건, 조만간 상태가 점점 안좋아질 것만 같은 김혜자 어머니...


웬지 앞으로 더 좋은 사건들보다는

뭔가 악화되는 꼬이고 꼬일 사건들이 펼쳐질 것은 분명하다.

 

물론 어떠한 형태로건 마침내 감동을 전해줄 드라마일 것이라는 것은...

출연한 배우진이나 이 드라마의 작가 명성만으로도 분명 예상 가능한 것이지만,
당분간은 아무래도 불편한 마음을 자극하는 장면과 대사들이 꽤 많이 쏟아질 것 같다.

하긴...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를 하느니,,, 안 보거나,

그래도 궁금하다면 계속 보는 것이겠지만... ㅎㅎ

 

물론, 눈과 귀를 정화시켜주는 조인성 출연은 감사하지만,

그조차도 지난 기억 추억으로 현재는 멀리 떨어져있기도 하고

간간히 나올 추억 소환과 함께 드러날 사연이

전체적으로 뭔가 웬지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래도... 아마도 내가 미리 찾아보지 못한

신나고 재미있는 (우울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그래도... 사이사이에 넘쳐나지 않을까 그냥 기대해보기로 했다.

대신, 3~4회 부터는 한참 뒤에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봐야겠다.ㅎㅎ